삼성 갤럭시 GOS 치팅
맥주곰
·2022. 3. 6. 11:53
GOS 논란이 뭔지는 나무위키나 유튜브를 보는 게 좋습니다. 정치 문제가 아니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으며, 이슈가 너무 커져버려 사람들이 거짓으로 장난을 치지 못하거든요.
요며칠 갤럭시 GOS 때문에 난리도 아니죠. 유명 벤치 마크 앱 긱벤치 제작자는 갤럭시의 GOS를 치팅, 즉 부정행위로 간주해 리스트에서 퇴출시켰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사건은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고 이상으로 치욕스럽고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GOS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제법 각광을 받았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유용한 기능과 성능 향상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삼성이 GOS를 통해 스마트폰의 성능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참고 : 유튜버 네모난꿈). 그래도 지금 밝혀진 정도로 여러 제품에 이렇게까지 큰 폭으로 제한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고, 논란에 대한 삼성의 대응도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삼성은 1차 공지에서 '고객의 needs'라고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재차 입장을 밝혔는데 그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벤치마크 앱은 게임이 아니라서 GOS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여전히 납득하기 힘든 입장에, GOS On/Off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우회 루트를 열어두겠다는 말을 했더군요. 우회 루트로 GOS를 껐을 때 제품 보증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성능우선 옵션은 보증기간 이내 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GOS가 없어도 자체적인 쓰로틀링 기능으로 발열 관리가 되어야 마땅한데, GOS가 없을 경우 문제가 생기는 제품이라면 제품의 완성도 자체가 떨어진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팔아놓고 보증도 안해준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벤치마크와 게임을 구분한다는 말을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벤치마크 점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단지 유튜브 앱이나 쇼핑 앱 실행 속도가 궁금해서일까요 아니면 게임 성능까지 궁금해서일까요? 새로운 기기, 특히 플래그십 제품을 구입하면서 제품 디자인이나 진보된 소프트웨어 이외에 모든 면에서 향상된 성능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요? 거기서 굳이 게임을 제외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을 합니다. 전화, 문자, 메일, 메신저, 인터넷, 유튜브 등 동영상과 음악 감상, 쇼핑, 일정 관리, 업무, 사진/영상 제작편집, 게임 등. 열거된 항목 중 반절 정도는 굳이 고성능의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단순히 통화나 메신저만 하려는 사람은 얼마든지 다른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삼성도 그래서 중급기 라인업을 보강했죠. 실제로 절반 정도의 가격에 적당한 성능으로 인기가 좋잖아요?
삼성은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을 홍보할 땐 '역대 최고 성능'이라고 말하고(A32를 광고하면서 역대 최고 성능이라고는 안 합니다), 사람들은 벤치마크 결과를 참고해서 성능을 짐작하곤 합니다. 문제는 벤치마크 숫자는 주로 무거운 앱을 돌릴 때를 전제한 것이고, 대표적인 게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이 얼마나 원할히 작동하는가가 곧 기기 성능의 척도인 것입니다. 그래서 벤치마크 앱과 게임을 의도적으로 차별한다면 그건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벤치마크 앱 제작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GOS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일어나버렸습니다.
스마트 기기는 관상용 제품이 아닙니다. 비싼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은 가격만큼의 성능을 기대하는 법입니다. 그 성능으로 유튜브를 보든 쇼핑을 하든 게임을 하든 선택권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있어야 합니다.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이라고 광고하면서 유독 게임만을 제외했다면 삼성은 그 사실을 정확히 밝혀야 했습니다. 신제품 플래그십에 게임 성능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테고, 게임에 한해선 최고 성능은 커녕 심각한 수준인데 최고라고 광고한다면 과장 광고 내지 사기일 테니까요.
GOS가 적용된 삼성 갤럭시는 게임 성능 또한 안드로이드 제품 중 최고인 게 확실합니까?
절대 아니죠.
만약 GOS에서 게임을 제한하는 정도로 벤치마크 앱도 제한을 했다면, 벤치마크 결과를 본 후 대체 누가 그 많은 돈을 주고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을 구입하겠습니까? 아무리 디자인이 예뻐도 단지 예쁜 쓰레기가 될 테고, 구입한 사람은 그 돈을 주고 그걸 사냐며 바보 소리 듣기 딱 좋을텐데요.
이번 GOS 사건 때문에 갤럭시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비아냥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신제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 중에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말이 있죠. 그렇습니다. GOS 덕분에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속은 기분이 들 것이고, 주변인들로부터 조롱과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삼성이 이걸 책임질 수는 있습니까?
칩의 발열이 심하면 방열에 최선을 다 해야 했을테죠. 그런데 요 몇 년간 갤럭시 제품의 홍보에 자주 보이는 키워드는 '원가절감'입니다. GOS로 성능을 제한해놓고 원가절감했다고 자랑하면 그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만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닌가요? 발열이 너무 심해 무슨 짓을 해도 역부족이었다면 그냥 그거대로 제품을 출시하거나 개선할 때까지 출시를 연기했어야 합니다. GOS에서 일반 앱과 게임을 구분하지 않았어야 했고, 완성도가 떨어져 경쟁력에 자신이 없었다면 제품가격이라도 내려서 출시를 했어야 합니다(회사 조직 논리상 그게 불가능하다고요? 그래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건 가능한 일입니까?).
정작 해야 할 일을 하나도 안 했고, 소비자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선책이 나와도 이미 이미지가 찍혀버려서 늦었어요. 1차 공지를 보면 문제 인식 자체부터 무척 나이브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을텐데요.
이번에 태블릿 S8 울트라 모델을 구입했는데, 게임하려고 산 제품은 아니지만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들어 벌써부터 후회가 됩니다. 돈을 지불하고 삼성 제품을 구입한 제가 잘못한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떨어뜨린 적 한 번 없던 갤럭시S10+의 화면 이상을 겪었을 때에 다시는 플래그십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건만...
통화녹음과 삼성페이가 필요하면 갤럭시 중급기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추가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류를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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