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제로

맥주곰

·

2021. 7. 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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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제로 맥주는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이트와 카스에서 제로 맥주가 나왔을 때에도 관심을 안 가졌고, 마셔본 사람들의 반응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여서 별다른 구매욕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웹서핑을 하다가 누군가 남긴 하이트 제로 시음기를 봤습니다. 본인이 맥주 애호가이고, 여러 제로 맥주를 마셔봤지만 예상 외로 하이트 제로가 꽤 괜찮았다는 글이었는데요. 지금 생각하니 바이럴 혹은 특이한 입맛을 가진 사람이었나 싶지만, 무더위에 판단력이 흐려져서 실수를 저질러버렸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더워서 마트엔 가기 싫고 주류 온라인 주문은 안 되니까 대신 제로 맥주를 쿠팡에서 시켜버렸거든요. 무려 24캔입니다. 덜덜...

 

결론적으로 맛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제로 맥주를 마셔봤는데, 이건 제로 맥주와 카테고리를 달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맥주가 아니라 음료수가 되다 만 듯한 정체불명의 액체류...제로 맥주로서도, 음료수로서도 맛이 없습니다. 대체 정체가 뭔지 충공깽...

 

우리 나라 메이저 업체의 맥주는 맛이 없죠. 근데 제로 맥주까지 이럴 줄이야..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처음 마셨을 때 사과향이 나길래 뭔가 싶어서 살펴보니 제조원이 눈에 띄더군요. 대구경북능금농협음료가공공장! 물론 거기서 제조했다고 사과향이 날 리는 없을 겁니다. 사과향의 정체는 감귤류추출물인 것 같습니다. 이 향이 모든 걸 망칩니다. 음식과 함께 먹으려니 향이 입맛을 가시게 만듭니다. 하이트 제로는 음식과 어울리지 않습니다(정정합니다. 매우 차게 해서 향을 덜 나게 만들어 단숨에 들이키면 마실만 합니다). 과자와의 조합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음료 자체의 맛이 실망스러워 도무지 해볼 엄두가 나지 않네요. 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맥주가 아닌 뭔가를 마시는 기분이 듭니다. 청량음료를 마실 생각이라면 제로 맥주를 안 사먹을텐데요. 제로맥주 중에 유독 끝맛이 달아서 싫어하는 제품이 있는데 이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봤던 시음기에서는 단맛이 없어서 좋다고 하던데 완전히 속았습니다. 이런 이상한 향보다 맥주다운 향과 맛을 강조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칼로리가 13.8kcal에 불과하고, 당류가 0g이라는 것입니다. 탄수화물도 5g밖에 되지 않아서 취향에 맞다면 부담없이 마실 수 있겠네요. 10캔을 마셔도 138kcal에 불과합니다. 이게 맥주였다면 꿈의 숫자죠. 알콜이 0.00%이고, 영양성분 또한 바닥을 치기 때문에 임신이나 다이어트 중에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내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일 겁니다. 0.5%의 알콜 도수조차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도 좋을 테죠. 하이트 제로를 마시고도 맥주를 마셨다는 기분이 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들에겐 축복일 겁니다.

 

하이트 제로가 카스 제로보다 낫다는 평가를 자주 봤는데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 그렇지 않아도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0.5% 알콜이 첨가된 카스 제로가 좀 더 맥주에 가까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앞으로 맥주 대신으로 제로 맥주를 사먹진 않을 것 같네요.

 

아직 23캔이 남아서 처치곤란인데 일단 소주와 섞어서 마셔보고, 이걸로 안되면 친구들한테 테러해야겠네요. 욕 먹어서 생명연장의 꿈...크크크...

 

하이트 제로를 맛있게 먹으려면 맥주를 마신다는 선입관 없이, 맥주가 아닌 뭔가를 마신다는 생각으로 갈증이 날 때 들이키세요. 그러면 좀 낫습니다. 맥주가 아닌, 기존의 청량음료나 탄산수가 아닌 뭔가를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 머릿속에 맥주를 연상하면 안 되고, 맛을 세심히 음미하려 해서도 안 됩니다. 매운 음식을 먹고 차가운 하이트 제로를 꿀떡꿀떡 삼키고 나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네, 맥주라는 이름만 내세우지 않는다면 탄산음료로서 하이트 제로를 평가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장르의 개척~!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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