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보일러가 안 돌아가면...
맥주곰
·2016. 1. 25. 19:05
추운 겨울에 갑자기 보일러가 안 돌아가면 난감하죠.
5년만의 한파경보가 뜬 바로 그날 제가 겪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때였는지...
평소 저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샤워할 때를 제외하면 날씨가 아주 추울 때만 동파 방지를 위해 보일러를 가동하는데요. 예약 기능을 이용해서 5~6시간마다 보일러가 작동되도록 스케쥴을 설정해뒀고, 지금까지 잘 써왔습니다. 때문에 -18도라는 무서운 수치를 기록한 날에도 어김없이 보일러가 잘 돌아갈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녁 즈음에 마침 보일러실 근처를 지나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보일러가 돌아가다가 말다가 하는 듯한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리를요. 귀 기울여 가만 들어보니, 점화가 잘 안되는지 수차례 시동 걸기를 반복하더군요. 큰일났다 싶었죠. 보일러가 고장나면 돈이 많이 들어가고, 또 씻는 문제가 크니까요.
AS에 연락하기에 앞서 대강이나마 문제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일단 물은 잘 나왔기 때문에 동파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에러 코드를 보려고 실내 조절기를 쳐다봤는데요, 이번엔 어째서인지 에러코드가 뜨지 않는 겁니다. 단순한 시동 불량일 때에도 에러 코드가 뜰 정도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크게 고장난 게 아니라면 단순한 오작동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요. 당장은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서 에어를 빼고, 필터 청소를 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재가동을 시켜봤더니 역시나 11번 에러 코드에 당첨되었더군요.
기쁘지도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봐도 시동 불량이라 11번(시동불량 코드)이 나오는 게 당연했으니까요. 문제는 왜 안 뜨다가 뜬 건지, 그리고 11번 코드를 해결하기 위해 들여야 할 비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게, 지금 생각해봐도 웃긴데요. 하필이면 이때 배가 고파서 라면을 먹고 고민하려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잖아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라면을 넣으려고 가스렌지를 봤더니 두둥~! 가스불이 꺼져있더군요.
가스불을 켰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냄비에 온기가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불이 꺼진 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물이 끓어 넘친 흔적이 없었고, 불이 꺼질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지도 않았으며, 별다른 냄새가 안 나는 걸로 봤을 때 가스 누출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죠. 혹시 몰라서 얼마간 환기를 한 후에 다시 가스렌지를 켜봤습니다. 밥을 해주는 우렁각시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밥을 방해하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엔 냄비를 단단히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돌연 가스렌지 불꽃이 약해지다 강해지더니 이를 서너 번 반복하다가 결국 불이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음~ 바로 느낌이 오더군요.
가스 공급 불량!
가스렌지는 기종에 따라 주기적으로 건전지를 교체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점화할 때의 문제라서 일단 붙이 제대로 붙었다면 더는 건전지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겪은 현상은 가스 공급에 원인이 있는 걸로 보였는데, 아예 공급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공급이 일정하게 안 되는 것 같아서 계량기의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원인이라면 보일러가 왜 그렇게 작동했는지도 납득이 갔습니다. 좀 더 근거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 저는 아래와 같은 기사를 발견한 뒤 이내 돈 굳었다를 외쳤습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12016184894126&outlink=1
도시 가스 업체에 전화를 해서 문제를 말씀드리니 제가 한 말이 맞다며 바로 교체해준다고 하시더군요. 조금 전에 확인해봤더니 번쩍거리는 새 제품으로 교체되어 있었습니다. 보일러요? 잘 돌아갑니다. 가스불도 이상없고요. 하마터면 애꿎은 보일러 탓만 할뻔했네요. 만약 그때 배가 안 고팠다면 어땠을까요? 가스렌지를 안 켰을 테고, 문제 해결에 좀 더 시간과 돈을 써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렇게 오늘도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요컨대 한겨울에 보일러를 가동한 뒤 얼마 안 가서 꺼진다면, 동파가 아닐 경우 가스렌지를 켜보고 불꽃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에는 도시가스 계량기 고장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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