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용 공고를 보면...

맥주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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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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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평균 연령이 높지 않다고 어필하는 채용 공고가 꽤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다지 장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좋은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평균 연령이 낮다고 해서 그 회사가 곧 좋은 회사임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평균 연령의 낮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로 인한 회사의 약점(주로 체계 없는 스타트업 등)을 노출시키는 대신 수평적 구조나 꼰대 없음의 강점을 돋보이게 만들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흔한 말로 꼰대는 '나이 많음'을 내포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젊은 꼰대를 제법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균 연령이 낮은 회사에 가더라도 젊은 꼰대는 반드시 있기 마련인데, 이것은 꼰대라는 말이 사실 나이의 많고 적음보다는 '아집과 편견, 그리고 뒤틀린 성격'을 가진 사람을 나타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꼰대를 겪어보면 오히려 기분이 더 나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평적인 구조에서도 팀 리더나 임원, 대표로부터 수직적 조직에서 겪을만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잡플래닛의 젊은 기업 퇴직자들이 남긴 기업 리뷰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연혁이 제법 된 회사에서 직원의 평균 연령대가 2, 30대라며 공고를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직원 입장에서 오래 다닐만한 회사가 아니거나 회사측이 직원을 오래 다닐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 좋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의 불만은 나날이 쌓여갈 것이고, 이윽고 직원이 버티지 못하거나 연차가 차면 줄퇴사 러쉬가 일어나 회사의 평균 연령이 낮게 유지 될 수 있겠죠. 물론 애초 채용할 때부터 나이 제한(불법)을 둘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조금 다른 경우고, 업력이 제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평균 연령이 낮은 것은 분명히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예전에 진짜 사나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군생활을 소재로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꽤 인기가 있었지요. 그런데 TV프로그램은 아무리 리얼리티를 표방하더라도 시청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대본과 연출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현실과는 반드시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만약 평소에 군생활이 진짜 사나이같을 거라 생각하고 기대하는 입대 예정자가 있다면 막상 군입대 후에 그 사람이 느낄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겁니다. 그런 군대에서 상급병에 의한 가혹행위와 부조리를 방지하기 위해 동기 생활관 제도를 도입한 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정작 요즘엔 동기에 의한 왕따, 가혹행위, 파벌, 기수로 줄세우는 등의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회사도 비슷합니다. 나이 많은 꼰대가 없더라도 젊은 꼰대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고, 정치질과 친목질 및 임원과 대표를 향한 아첨을 잘 하는 직원에 의한 고충이 존재할 수 있으며, 낮은 평균 연령이 유지되는 원인이 회사에 있다면 당사자 역시 직장 생활을 오래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감안한 채 평균 연령이 낮다는 따위의 공고를 보면, 평균 연령의 낮음은 그저 그런 '미끼'로만 보이게 됩니다. 동기와 함께 하는 즐거운 군생활같은 게 있을 리 없는 것처럼요.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채용 공고를 상당히 자주 올리는 회사가 있습니다. 너무 자주 올려서 회사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인데, 처음엔 공고를 의무적으로 올려야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또,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반드시 정기적으로 동일한 직무직급의 채용 공고를 올리는 회사도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대다수의 회사는 원인과 이유를 알더라도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직원을 새로 뽑으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직원의 평균 연령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막상 가보면 사수나 중간 관리자가 없어 제법 고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의 개발자 대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회사는 주요 원인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인력 부족과 채용, 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상황에 종종 놓이곤 합니다. 미사여구를 잔뜩 늘어놓는 겉치레로 인재상이나 OKR, KPI 등 껍데기만 가져와서 요란을 떨어봤자 기본적인 마인드가 형편없으면 대가를 치르기 마련입니다만 당장 눈앞의 일만 중시하며 언제나 외면하기 마련이죠.

 

도무지 사람이 안 구해진다고 말하는 채용담당자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채용 공고를 자주 등록하는 회사가 해당되겠죠. 대개 이런 경우는 조건이 평균치에 미달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아는데 회사의 대표나 채용담당자만 모릅니다. 평생 직장이란 말이 없어진 지 제법 오래되었고, 최저임금의 월 209시간 근로 급여가 약 2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며, 최근의 근로 소득이 가지는 가치는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회사에서 월급여 200만원 정도의 조건에서 심지어 경력직 직원을 구하고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금전적인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고, 배울 게 전혀 없으며, 미래 보장이 안 되는 회사에서 상사나 임원, 대표, 직원들의 정치질과 이간질, 히스테리를 유발하고 도움이 안 되는 욕설과 잔소리를 야근까지 해가며 들어줄 근로자는 계속해서 줄어들 겁니다. 인구 구조상 앞으론 사람을 더 구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언젠가 직장 상사의 괴롭힘으로 팔이 부러지는 상해를 입으면서까지 회사에 계속 다니는 근로자의 자괴감 잔뜩 섞인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저마다의 입장이 있겠죠. 잡플래닛 후기를 보다 보면 대표나 상사의 욕설은 아직도 흔한 광경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모 IT기업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죠. 일이 터지고 나서야 요란을 떠는데, 그래서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있습니까? 책임을 진다던 사람은 내 남편, 내 부모님, 내 형제자매를 살려낼 수 있는 겁니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습니다. 자아가 파괴되면서까지, 생명을 버려가면서까지 회사에 계속 다닐만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사례를 접할 때마다 왜 회사를 진작 관두지 못했을까, 차라리 당사자가 진작 퇴사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을 늘 느끼곤 합니다.

 

글이 좀 어수선해졌네요. 젊은 회사임을 강조하는 공고가 워낙 많이 보여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말이죠. 회사에서 내미는 장점같지도 아닌 어설픈 미끼와 생색에 제법 질려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회사가 내미는 미끼에 걸리지 말고, 언제든지 그만둘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물론 평소에 대비를 좀 해둘 필요는 있겠죠. 예전에 이직한 지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채용 사이트에서 여러 공고를 둘러봤는데, 1년 전에 봤던 많은 회사들이 여전히 같은 포지션의 직원을 구하고 있더군요. 참 끔찍한 회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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