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이 했습니다. 생수를 계속 사먹을지, 정수기 렌탈을 할지, 아니면 언더 싱크 정수기를 설치할지 말이죠. 예전에도 몇 번 이러다가 넘어갔는데 주기적으로 자꾸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군요. :)
우선 정수기. 저수조가 있는 정수기는 오염 가능성 때문에 렌탈을 하더라도 직수형으로 하려고 했는데, 직접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서 패스~
생수는 사먹는 게 귀찮고, 페트병 처리가 또 귀찮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서 패스~
그래서 언더 싱크 정수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몇 년만에 내린 결정인지 모르겠네요. 생수 사러 다니는 것 정도는 거뜬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귀차니즘이 증가했기 때문일까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언더 싱크 정수기 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게 원봉 골드였습니다. 컬리건 EZ-4도 제법 유명한 것 같았고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1번가 앱을 켜니 3M USF-C 세일 팝업이 뜨더군요. 이 세 가지 중에 결정해야 할 것 같아서 좀 알아봤습니다.
우선 세 가지 정수기의 공통점은 언더 싱크형이라는 점과 NSF인증을 받았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컬리건 EZ-4와 3M정수기는 필터가 한 개임에 비해 원봉 골드는 필터가 무려 4개~5개라는 점, 컬리건 EZ-4는 NSF 42/53인증을 모두 받았으나 3M/원봉골드는 NSF 42만 받았다는 점, 그리고 가격 차이(!)입니다(참고로 컬리건 제품 중 FM-15a/25는 수도꼭지에 설치하는 모델이고, NSF42/53 인증을 모두 받은 필터를 쓸 수 있으나 필터 교환 주기가 짧아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귀차니즘...).
그런데 여기는 서울입니다. 세계 최초로 NSF인증을 받은 병입 수돗물 아리수가 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지는 곳! 배관으로 인한 오염을 감안하더라도 깨끗하겠지(...)싶어서 그냥 초기 설치비용과 유지 비용이 저렴한 원봉 골드로 결정했습니다. 납이나 수은에 관한 NSF 53 인증이 빠져서 찝찝하긴 했지만, 마셔보고 불만족스러우면 한 단계 위의 원봉 나노 필터[각주:1]로 바꾸거나 컬리컨 EZ4 필터만 사서 달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언더싱크형 정수기 설치의 최대 난관인 아답타 설치와 드릴 작업은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1차 필터를 3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건 좀 귀찮지만 그래도 수도꼭지형보다는 교환 주기가 길어서 이문제도 통과~
2. 물품 도착
11번가에서 쿠폰과 캐시백 할인 신공으로 무료배송 5만원 정도에 구입한 물품이 주문 다음 날 도착했습니다! 파우셋 업그레이드와 청소솔 증정 이벤트를 하니 필요하신 분은 늦지 않게 문의 후 구입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N샵에서는 TCR필터까지 무료).
* 참고로 3번 필터의 경우 중공 사막 방식의 윗단계로 CSM필터라는 게 있으니 각 장단점을 알아보고 선택하세요.
물품이 도착해서 좋았던 기분이 플라스틱 걸쇠가 부러진 걸 확인한 순간 -_-...
교환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냥 순간접착제로 붙였는데 마지막에 덮을 때 다시 부러져서 그냥 포기.
수도 아답터입니다. 고생하게 만든 원흉이죠.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쓰겠지만 결론적으로
수전이 싱크대 아래에 있으면 '소형'을 쓰면 되고,
벽면에 있을 경우 '중형'이나 '대형'을 쓰면 됩니다.
저 아답터의 밸브 상태가 '잠김' 상태입니다.
나란히 일자가 되면 '열림' 상태겠죠.
호스 커팅기입니다. 무려 5,000원!
겉으로 보면 딱 1,000원짜린데 말이죠.
그래도 막상 써보니 편해서 그냥 만족.
14mm 홀쏘입니다.
드릴 비트로 구멍을 여러 개 뚫는 사람도 있던데 그냥 구입하는 걸 추천합니다.
업그레이드 이벤트로 받은 스테인레스 파우셋!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각종 부품들인데 케이스를 싱크대에 고정할 볼트는 안 주더군요.
집에 있는 볼트로 케이스를 고정할까 하다가
싱크대에 상처내기 싫어서 그냥 세워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볼트는 필요 없었습니다.
3. 설치
보시다시피 수전이 벽면에 붙어 있습니다.
상품 설명이나 인터넷 사용기에서는 위의 경우 '중형' 아답터를 쓰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중형을 주문!
결과는 실패! ↖(^▽^)↗
낑낑거리면서 어떻게든 결합해보려고 했으나 절대 안 되더군요.
...
이상해서 자세히 알아보니 오래된 건물의 경우 대형을 써야 할 수도 있다는 글을 발견!
좀 더 찾아보니 중형과 대형은 크기 차이가 거의 안 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안 맞을 경우 대형 사이즈가 확실하다는 글까지 발견했습니다.
확인사살 신난다~ ( ´ v `) b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대형과 특대형까지 팔고 있더군요.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제가 구입했던 판매자도 대형을 팔고 있더라는...
아니 왜 그런데 상품 설명에 그렇게 적었을까요?
괜히 실랑이해봤자 답이 안 나올 것 같고,
중형 아답터는 향후 수전을 교체하거나 이사가면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보유하기로 했으며,
저녁까지 설치를 마치고 싶어 동네 철물점으로 바로 출동했습니다.
무려 다섯 군데를 돌아다녔으나 결과는 모조리 실패!
대부분 뭔지도 모르던데요 -_-;
여담으로, 수도 설비 전문가라는 영감님께서는 제가 샘플로 가져갔던 중형 아답터를 제외하고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며 저를 비웃는 바람에 저 역시 웃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오프라인에서 구하기 힘들 듯해서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결과적으로 8,500원이나 더 들었습니다.
순식간에 치킨 반마리가 증발해버렸네요. (⊙ρ⊙
수전을 분리하기 전에 물을 안 나오게 해야 합니다.
수전을 잘 보면 좌우에 일자홈이 있는데 동전이나 드라이버로 돌리면 됩니다.
저의 경우엔 뚜껑이 있어서 열었고(사진 오른쪽 아래가 뚜껑이 열린 부분),
500원이나 도구로 돌려봐도 안 돌아가서 수도 자체를 잠궈버렸습니다.
수전을 벽면에서 분리할 때는 저기 보이는 너트를 몽키로 돌리면 됩니다.
설명서에는 반 시계방향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역시 오래 되어서 그런지 시계 방향으로 돌려야 풀리더군요.
이렇게 설명서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점점 씐나죠~(*・ω・)b
너트를 돌리면 이렇게 수전이 분리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요.
설명서에는 수전과 너트가 붙어있는데,
왜 저 물체의 너트는 벽면에 붙어있을까요?
결합 순서를 바꾸면 되긴 하겠지만,
아까부터 약간씩 어긋나는 부분이 앞으로 계속될 삽질의 복선인 듯하여 내심 불안...아니 씐납니다. ♪(´ε`*)
으...더러워...기름때가 적나라하게 보이는군요
더러운 부분은 자체 CG처리 부탁드립니다.
결합 부분에 테프론 테이프를 10회 정도 감아줍니다.
아답터는 저렇게 생겼습니다.
고무 패킹이 저렇게 들어가는 거 확인하시고요.
사실 여기서 또 한 번 삽질을 했는데,
결합 후 물방울이 떨어지길래 다시 분리를 해보니 온수쪽 고무 패킹이 이상하게 되어 있어서 일단 꺼냈습니다.
하지만 아답터와 수전이 분리되지 않는 문제가 생겨서 무려 한 시간 넘게 쌩쇼를 했는데 절대 안 빠지더군요.
그래서 그냥 고무 패킹 없이 결합했는데 어라, 물방울이 안 떨어집니다?
저의 지난 한 시간은 대체 뭐였던 걸까요...
아답터나 수전을 결합할 때 아주 강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품이 파손될 수 있고, 또 저처럼 고생할 수도 있거든요.
저는 물방을이 조금씩 떨어지는 걸 잡으려다가 그만...
사실 몽키 스패너가 작아서 다른 도구를 이용하는 바람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파우셋 위치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드릴질을 여러 번하는 것보다 홀쏘로 뚫는 게 훨씬 편하고요,
구멍을 뚫기 전에 망치와 못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줄수록 쉽게 뚫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싱크대를 훼손하기 싫을 경우 정수기 본체를 싱크대 위나 벽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전이 위에 있을 경우 정수기 본체를 위에 두면 싱크대에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본체를 위에 두면 누수의 공포로부터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수전이 아래에 있다면 상황은 당연히 달라지겠죠.
파우셋은 정수기 본체와 결합할 수 있는데, 높이가 있으니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동형 파우셋도 판매 중입니다.
일단 싱크대 아래에 있는 필터를 거쳐 정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구멍을 하나 더 뚫어야 합니다.
수전과 가깝게 뚫을까 하다가 그냥 몰아버렸습니다.
끝까지 조립해본 결과, 파우셋은 싱크대 아래에 필터를 넣기 전에 결합하는 게 편할 것 같습니다.
I자형 피팅은 파우셋과 결합하는 겁니다.
'파우셋-I피팅-호스'의 순서가 되는데, 설명서에 자세히 나옵니다.
이제 필터 후레싱을 할 차례입니다.
원봉 언더 싱크 정수기는 4개~5개의 필터를 쓰는데, 전체를 결합하기 전에 후레싱을 해줘야 합니다.
결합 후 한 번에 하면 카본 필터 때문에 성능 저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직접 카본 필터를 후레싱해보니 바로 이해가 되더군요.
프리 카본 필터
포스트 카본 필터
무슨 콜라가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카본 필터와 TCR필터는 시커먼 물이 나오고,
세디먼트와 멤브레인 필터는 색깔 변화가 없습니다.
설명서에는 4L ~ 6L 정도 빼라고 나오는데 저는 각각 2L 넘게 더 빼줬습니다.
그리고 모두 결합한 후에도 한 10L 넘게 빼준 것 같네요.
필터를 순서대로 결합한 모습입니다.
4개의 필터는 단방향이고, TCR필터만 양방향입니다.
단방향 필터는 중심이 'OUT', 가쪽이 'IN'이고, TCR필터는 본체 라벨에 방향 표시가 있습니다.
케이스 맨 아래에 있는 필터는 TCR필터인데,
큰 케이스를 구입하면 포스트 카본 필터에 고정 클립을 달아서 TCR필터를 나란히 설치할 수 있습니다.
호스와 피팅을 결합할 때는 반듯하게 자른 호스를 피팅에 끝까지 집어넣어야 합니다.
이 작업이 어설프면 물바다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호스 배치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는데,
케이스 구멍이 뚫려있다고 해서 무조건 거기로 호스를 빼면 안 됩니다.
호스를 뺄 수 있는 포인트는 아래쪽 구멍 두 개입니다.
위의 구멍 두 개는 덮개와 결합될 부분입니다.
물론 제가 삽질을 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전혀 어려운 부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형 어댑터가 도착할 때까지 며칠이 걸리는 바람에,
수일 전에 별 생각없이 분리해서 어디 처박아둔 뚜껑의 생김새 따윈 까먹은 지 오래였다는 궁색한 변명을 해봅니다!
호스를 다시 빼기 귀찮아서 그냥 뚜껑을 덮지 않을까 하다가
그래도 돈주고 샀으니 쓰려고 호스를 재배치하려고 했는데 길이가 짧더군요.
그래서 여분의 케이블을 잘라 L피팅을 하나 더 연결해서 해결했습니다.
참고로 필터와 피팅을 분리할 때는 함께 배송되는 전용 도구를 이용하면 쉽고(끝까지 한 번에 올려줘야 합니다. 도구가 없어도 일자 드라이버 등으로 눌러주면서 뺄 수 있기는 하지만 힘듦),
피팅과 케이블을 분리할 때는 사진상의 피팅에서 조금 올라온 부분 전체를 손톱으로 살짝 눌러준 상태에서
호스를 잡아당기면 되는데, 이때 호스 안에 있는 물이 갑자기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렇게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습니다.
여자들도 쉽게 한다던데 남자인 저는 꽤 어렵게 완성한 느낌...-_-;
4. 완성
완성 후에 물을 보니 뭐가 좀 뜨는 것 같아서 추가로 후레싱을 했습니다.
누수도 없고, 페트병에서 해방입니다!
이제 구멍 주위에 실리콘을 발라야겠네요.
주말에 다이소로 출동해야겠습니다.
실리콘은 일단 대충 바른 후에 트리오를 잔뜩 바른 손으로 모양을 살살 다듬으면 됩니다.
아, 그리고 필터 교환 주기는 1차 필터는 3개월, 2차는 6개월, 3/4/5차는 1년입니다.
원봉 골드는 NSF 42 인증만 받았으니 중금속은 못 거르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중금속을 전혀 못 거르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기능이 약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작권 위반 가능성이 있어서 직접 이미지를 링크할 수는 없고, 오픈 마켓에서 '원봉 나노 케어'로 검색해서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비교표가 나오는데, 그걸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노 케어 필터의 광고에 의하면 바이러스, 미생물, 박테리아는 99.9%까지 제거되고, 중금속 제거 역시 원봉 골드보다는 한 단계 위의 성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녹물, 잔류염소, 미네랄의 필터링 성능은 차이가 없습니다. [본문으로]